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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은행보다 위험한 것은 사모대출 시장?" — 보이지 않는 금융위기의 가능성

by mangosr26 2026. 5. 29.

"AI 시대에 은행보다 위험한 것은 사모대출 시장?" — 보이지 않는 금융위기의 가능성
"AI 시대에 은행보다 위험한 것은 사모대출 시장?" — 보이지 않는 금융위기의 가능성

 

 

인공지능(AI) 열풍이 만들어 낸 가장 거대한 돈의 흐름은 챗봇이나 반도체가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자금에 있다. 그런데 이 막대한 자금이 우리가 잘 아는 전통 은행이 아니라, 규제와 공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을 통해 흐르고 있다는 점이 최근 국제 금융당국과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글은 그 구조와 위험을 가능한 한 사실에 근거해 정리한다.

 

1. 은행이 비운 자리를 메우는 사모대출, 그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돈의 규모는 직관을 넘어선다. JP모건은 2030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약 5조 3,0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고, 모건스탠리는 2025~2028년 데이터센터 자본지출(capex) 약 2조 9,000억 달러 가운데 약 1조 5,000억 달러가 외부 자금으로 메워야 할 '부족분'이라고 봤다. 빅테크가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부족분을 누가 채우느냐다. 전통적으로는 은행 대출이 그 역할을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장기·맞춤형 대출을 떠안기를 꺼리게 됐다. 그 빈자리를 사모대출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나 공개 채권시장이 아닌, 사모펀드·직접대출(direct lending) 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시장이다. 모건스탠리는 2025년 초 기준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를 약 3조 달러로 추정했으며(2020년 2조 달러에서 증가), 2029년에는 5조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다소 보수적인 2조 달러 수준으로 보면서, 이 중 약 75%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AI 분야로 흘러든 사모대출의 증가 속도는 특히 가파르다. 한 분석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에 대한 사모대출 잔액은 불과 몇 년 사이 거의 0에서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실제 거래도 사상 최대 규모로 이어졌다. 메타(Meta)는 사모펀드 운용사 블루 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과 손잡고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Hyperion)' 데이터센터에 부채 270억 달러와 자본 30억 달러를 더한 총 3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기록상 최대 규모의 사모대출 거래로 꼽힌다. 오라클(Oracle)도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거액을 조달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루 아울과 JP모건이 오라클의 OpenAI용 텍사스 애빌린 시설 SPV에 약 130억 달러를, 그 밖에 텍사스·위스콘신 데이터센터에 약 380억 달러, 뉴멕시코 부지에 약 180억 달러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집계로는 2025년 한 해 미국에서만 데이터센터 관련 신용 거래가 최소 약 1,785억 달러에 달했다.

 

2. 왜 '보이지 않는' 위기인가 — 부외금융과 순환구조, 그리고 불투명성

이 자금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리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상당 부분이 기업의 재무제표 바깥, 즉 '부외(off-balance-sheet)'로 처리된다.

빅테크는 SPV를 세우고 사모펀드와 함께 자본을 넣은 뒤, 그 SPV가 데이터센터를 보유·운영하고 빅테크는 장기 임대 계약으로 시설을 사용한다. 직접 소유가 아니므로 SPV가 짊어진 부채는 빅테크의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200억 달러 이상의 데이터센터 지출이 재무제표 밖으로 옮겨졌다. 회계상 합법적이고 공시도 이뤄지지만, 투자자가 전체 부채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둘째, 이른바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 우려다.

엔비디아(Nvidia)는 OpenAI에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고, OpenAI는 다시 엔비디아 칩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일론 머스크의 xAI는 엔비디아 칩을 담보로 약 200억 달러의 부채를 조달했고, 엔비디아가 지분을 보유한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에 대해서는 엔비디아가 2032년까지 판매되지 않은 물량을 사주겠다는 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 공급자가 동시에 고객의 자금줄이 되는 이런 구조에 대해, 베른슈타인 리서치 등 월가 일부는 "순환 우려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자금이 안쪽으로 계속 도는 동안에는 매출과 수요가 견조해 보이지만, 흐름이 한 번 끊기면 서로 맞물린 대차대조표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게다가 AI 기업의 수익성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들은 OpenAI 같은 핵심 수요처가 2020년대 후반에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데이터센터 자금은 통상 20년 안팎의 장기 수요 가정 위에서 조달된다는 점에서 시차 위험이 존재한다.

 

셋째, 사모대출 시장 자체의 불투명성이다.

IMF는 2025년 10월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사모대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 다층적 레버리지, 오래되고 주관적일 수 있는 가치평가, 참여자 간 불분명한 연결고리 같은 취약점을 안고 있으며, 이 시장이 제한된 감독 아래 계속 불투명하게 급성장하면 위험이 시스템 차원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IMF는 2024년 말 기준 사모대출 차주의 40% 이상이 영업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고 지적했다. 차주의 신용 질 저하가 회계상 평가에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3. 이미 켜진 경고등 — 그리고 균형 잡힌 시선

추상적인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들어 실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는 2025년 9월 파산을 신청했고, JP모건은 이와 관련해 약 1억 7,000만 달러의 손실을 인식했다(이 사안에는 사기 의혹도 제기됐다). 곧이어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First Brands)가 10월에 챕터11(법정관리)을 신청했는데, 새로 선임된 이사진은 최대 23억 달러에 달하는 '부외 금융'을 공개했고 미국 법무부(DOJ)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사례들을 두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실적 발표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더 많이 있기 마련"이라며, 신용시장에 더 많은 부실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IMF 외에도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사모시장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차원 스트레스 시나리오(SWES) 점검에 착수했고,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26년 5월 사모대출의 취약성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으며, 영국 상원은 '사모시장: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위험을 짚었다. 특히 우려되는 연결고리 중 하나는 보험사다. IMF 분석에 따르면 미국 생명보험사 자산의 약 35%, 영국 생보사 자산의 약 23%가 사모대출에 배분돼 있고, 은행권의 사모대출 익스포저도 5,0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대출의 부실이 은행과 보험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다만 한쪽으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반대 진영의 논거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과거 닷컴 버블과 달리 오늘날 AI 기업들은 실제 매출과 측정 가능한 경제적 산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1999년의 약 3배 수준이어서 완충 여력이 크다고 분석한다. 일부 빅테크의 부외 거래 규모도 그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흐름에 비하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까지 연 19%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다면, 지금의 투자 경쟁은 무모함이 아니라 '선제적'이었던 것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1990년대 통신(텔레콤) 붐처럼 버블 붕괴는 고통스러웠지만 깔아 놓은 인프라가 결국 후일의 성장을 떠받친 사례도 있다. 동시에 샘 올트먼 같은 업계 핵심 인사조차 "누군가는 막대한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 만큼, 낙관과 신중함이 공존하는 국면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정리하자면,

AI 데이터센터를 떠받치는 자금이 규제가 두터운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사모대출로 옮겨 가면서, 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덜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외금융, 순환 구조, 평가의 불투명성,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수익성이 겹친 지점이 취약 고리다. 트라이컬러와 퍼스트 브랜즈는 그 취약성을 보여 준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2008년식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빅테크의 현금 창출력과 실제 수요라는 안전판도 분명히 존재한다. 투자자와 일반 독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부채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와 'AI의 실제 수익이 가정된 수요를 따라잡는지'라는 두 가지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빠지는 순간, 보이지 않던 위험은 빠르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 본문의 수치와 사례는 IMF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2025.10), 금융안정위원회(FSB)·영란은행·영국 상원 보고서, 모건스탠리·JP모건·블룸버그·로이터 등의 공개 자료에 근거했습니다. 수치는 추정치이며 출처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